익산 예술인을 만나다 : 송현숙 서예가
익산 예술인을 만나다 : 송현숙 서예가
제목: 書畵同源, 붓은 달라도 길은 같으니
“과정 그 자체가 아름답지요”
짧은 시간이었다. 어쩌면 호흡을 가다듬는 과정이 생략됐을지도 모를 만큼 그의 붓은 빠르게 벼루를 떠났다. 하얀 빛 속으로 들어간 붓은 칠흑의 점과 선들을 남기며 흘러간다. 운필에는 망설임이 없다.
붓은 무수히 꺾였다가 다시 일어서서 점을 찍고 획을 그었지만 부서지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10여자를 단숨에 써내려갔다. 그사이에 붓은 머뭇거리지 않았고, 벼루로 되돌아간 적이 없었다.
같은 먹빛이지만 처음의 점획과 마지막의 획은 다른 색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육안으로는 풍부하거나 마른 것으로 구분되지만, 마음의 눈은 미묘하게 다른 먹색들에 사로잡힌다.
‘성찰’이 붓길을 내고그가 쓴 글씨는 크기가 고르지 않다. 크거나 작거나 세로로 길거나 가로로 퍼져 있다. 또는 어떤 글자는 굵고 어떤 글자는 가늘다. 한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도 전체를 보면 정연하다. 글자들이 서로 가깝거나 서로 멀거나 웅크리거나 펼치거나 혹은 기울거나 바르거나 하며 각자의 글씨의 모양을 조화롭게 하는 의취가 이룬 결과다.
붓을 멈춘 그는 “악보가 없으면 가사에 불과할 뿐이다. 악보가 있어야 노래가 되는 것이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것은 아무나 못하는 일이다”고 한다.
서예가 송현숙(72)은 나아가 “글자의 의미가 작가의 정신에 깃들면 작가는 거기에 걸맞은 공간구성을 하게 되고, 그 속에 형이상학이 들어있다”고 안내한다
문인화는 일필로 하는 것
송현숙의 문인화에 대한 평단의 평가는 서예 못지않은데, 송현숙은 “글씨가 그렇듯이 문인화는 일필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허리가 굽으면 오래 못 가잖아요. 획에는 시작과 끝이 분명히 있어요. 붓이 바르게 가야 꺾여도 힘을 잃지 않을 수 있어요. 그걸 탄력의 힘이라고 해요.”
불혹의 나이에 문인화가로서 지평을 넓혀 온 그는 대부분의 문인화 화제를 한글 시로 쓰고 있는데, 학문을 익히고 한문으로 다져 온 필의가 작품에 스며들어 고결하고 담백한 문인의 기상으로 투영된다.
평단은 그의 문인화에 대해 “한글이 가지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서체로 표현하는 면에서 독창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파격과 균형을 방향성으로 삼고 있는 그의 작품에서 ‘평안한’ 감정의 기운이 배어 나오는 것은 그가 오랜 세월 자신의 삶을 녹여낸 결과물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서화에 임하는 태도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심즉필경(心織筆耕, 마음으로 베를 짜고 붓으로 농사를 지음)과 같다고 한다.
작가 약력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
백악미술관 등에서 개인전 8회
효원문화상(2011년)과 익산시미술작가상(2011년)을 수상.
글/ 공인배
문화정책팀 | 조회 766 | 2021-05-31 17:15
첨부파일
IKSAN CULTURE & TOURISM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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